싸움은 원래 이기기 위해 하는 거라고 배웠다.
억울함을 풀고,
옳음을 증명하는 길이라고 믿었다.
하지만 변호사 일을 오래 하고
삶을 나름 살아가다 보니,
이기면 안 되는 싸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.
이긴 순간,
무너지는 무언가를 본 적이 있다.
부부가 싸운다.
말로는 이긴 쪽이 있다.
논리로는 밀린 쪽이 있다.
하지만 그 다음 날부터 서로를 피한다.
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한다.
"이건 이렇게 해야 맞다."
틀린 말은 아니다.
그런데 아이는 점점 입을 닫는다.
정답은 얻었지만,
사람을 잃었다.
이건 이긴 게 아니다.
논리로는 완벽하다.
법적으로도 틈이 없다.
그런데 판결이 내려지고 나면
상대방의 삶이 무너진다.
"이겼다"는 말이
어쩔 땐 무섭게 들린다.
그 싸움은,
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.
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해
소송을 걸었다.
진실을 밝히고, 응징하고 싶었다.
이기면 속이 풀릴 줄 알았다.
그런데 막상 이기고 나니
남는 건 허무함뿐이었다.
그 싸움은,
정당함의 증명이 아니라
상처받았다는 고백이었다.
조직에서 실수가 있었다.
나는 지적했다.
정확하게, 빠르게, 강하게.
실수는 바로잡혔다.
그런데 그 사람은
그날 이후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.
내가 고친 건 오류였지만,
부순 건 신뢰였다.
절차는 정확했고,
논리는 명확했고,
판결은 우리 편이었다.
하지만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.
법은 분명 우리 쪽이었는데,
정말 옳았던 건
상대였을지도 모른다.
그럴 때의 승소는
종이 위에만 존재한다.
마음 안에서는
이미 졌다는 느낌이 남는다.
이런 싸움들은
이겼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
잘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.
그 순간은 이긴 것 같아도
시간이 지나면
낡은 상처처럼 마음에 남는다.
그래서
요즘 싸움을 보면
누가 맞았는가보다
무엇이 무너질 것인가를 먼저 보게 된다.
그리고 때로는,
멈추는 쪽이
더 많이 지켜내는 쪽이라는 걸 안다.
싸움은
이겨야 할 것도 있지만,
지지 말아야 할 것을 지켜야 하는 싸움도 있다.
나는
그 둘을 구분하는 사람일까?